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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회원

2013.04.05 19:11

우리 애 잘 살겠지요?

조회 수 893 추천 수 0 댓글 9

일주일쯤 전 저희집 현관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배가 둥그렇게 부른 것을 깨달았는데,
고양이집들 있는 데가 도저히 새끼를 낳아서 키울만한 장소가 아니거든요.
걱정되어서 여기 고보협에도 가입하고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아마 새끼 낳을 다른 데 찾아갈 거다, 라는 답변이 대세더군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어제부터 얘가 보이지 않네요. 흑흑.
거의 항상 현관문 열면 기다리고 있었던 녀석인데. ㅠㅠ

 

아, 어딘가 적당한 장소로 가서 새끼 잘 낳았겠지요?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좋은 장소는 잘 찾았는지, 새끼는 무사히 낳았는지, 밥 먹을 건 있는지,

걱정되고 보고 싶어서 막 눈물이 나오네요.

 

마당 있는 집이었으면 구석 자리에 산실 예쁘게 꾸며줄 수도 있었을 텐데,
다세대주택 현관 앞 손바닥만한 공간밖에 없어서... 흑흑....
그나마 다른 세대와 공유하는 현관이 아니라 밥 주고 집 지어주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역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장소는 전혀 아니니....

 

새끼는 다른 데 가서 낳더라도 혹시 밥이라도 먹으러 올까봐
언제든지 와도 먹을 수 있게 사료를 계속 그득그득 보충하고 있답니다.
전에는 내가 나올 때까지 현관 앞 제 집에서 기다리면 되지만
지금은 새끼 있을 테니 빨리 먹고 돌아가야 할 테니까요.


고양이들에게 밥 주는 걸 뭐라고 하는 지인들이 있어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들이 사람 주는 사료에 의존하다 보면 자생력이 떨어져서 더 위험해진다고요.
그렇게 의존하다가 새끼 낳으러 또는 영역에서 밀려서 떠나는 애들은 더이상 살기 어려울 거라고.

 

어쨌든 절대적으로 (좋은) 먹이가 부족한데 밥을 주지 말란 말이냐고 반박해 보았지만....
(같이 살지 않는) 제 동생과 또다른 지인은 그래서 랜덤하게 밥을 준다네요.
매일 주는 게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밤에 장소도 바꿔가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동네 사람들에게 들키지도 않을 뿐더러
고양이들이 너무 사료에 의존하지 않고 먹이 구하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밥 주기가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

 

뭐 이 애들은 제집 현관 앞에 사는 현관고양이라 그렇게 할 상황도 아니긴 했지요.
현관문만 열면 눈 똥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데,
“밥은 조금씩만 줄 테니, 나머지는 너희들이 직접 알아서 구해”라고 할 수는 도저히....

 

하지만 막상 애들이 떠나면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몇 달이나 내가 주는 밥 먹고 내가 지어준 집에서 살았는데,
다른 데 가서 밥은 제대로 구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오히려 내가 생존력을 떨어뜨린 게 아닌지...

 

우리 그렝이, 좋은 장소 찾아서 새끼도 무사히 잘 낳고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해 주세요.
괜히 제가 엄마 맘에 노파심으로 걱정하는 거라고, 그렝이는 시집간 딸처럼 제 자식들 낳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 밥퍼주는여자 2013.04.05 20:32
    새끼를 낳았다면 당분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예전 새끼낳은 엄마묘를 보니 새끼들때문에 화장실갈때하고 밥먹을때 잠깐 빼고는 자리를 비우지 않더라구요..
    그러나 한달 후에는 살아남은 새끼들을 데리고 갯머루님 현관앞에 일렬로 줄서서 기다리고 있을수도 있어요..
  • 갯머루 2013.04.05 23:35
    호호. 저도 약간 기대하고 있긴 합니다만. ^^;;; 고양이들이 우리 집에 오는 길이 담을 통해서 오는 경로이기 때문에 새끼 고양이들은 무리에요. 한달짜리는 불가능할 거 같아요. ^^
  • 소립자 2013.04.05 20:57
    길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한 후 늘 갈등하는 내용이지만
    이젠 그냥 주고 있어요..로드킬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길고양이들의 주검을 자주 접하다보니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묘생, 오늘 하루라도 맛있는거 먹거라
    하는 마음으로요..그래도 하루 한차례 밤에만, 너무 과하지 않은
    양을 준다는 저만의 원칙을 지키고 있답니다.
    그렝이 어딘가 안전한 곳에 가서 새끼 잘 낳았기를 바랍니다...
  • 갯머루 2013.04.05 23:42
    에효~ 그러게요. 얘들은 하필이면 우리집 현관에다 둥지를 틀어서... 일종의 마당고양이 비슷하게 되어버렸는데(그런데 마당이 없어서 새끼를 낳을 장소가 없다는 게 치명적 단점)....
    뭐 그래도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자란 집고양이도 가출하거나 버려져서도 길생활에 적응해서 사는 애들 많은데, 원래 길고양이 출신이고 하니 제 밥 정도야 찾아먹겠죠. 정 힘들면 여기 자기 집, 음식, 친구들 있는 거 아니까 돌아오거나 밥 먹으러 올 테고.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 닥집 고양이 2013.04.06 02:47
    매일 밥먹으러 온 아이들이 보이지 않음 걱정이 많이 되죠
    아마도 그렝이 새끼 낳고 내일이나 모래쯤 나타 날거에요
    그러길 꼭 바랩니다.
    새끼낳고 나면 몸보신으로 닭 한마리 푹 고와서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뽀얀 국물 기름 걷어 내고 고기랑 한그릇 주시면요.....ㅎ
    2주 정도 지나면 새끼들 한테 물어다 줄수 있게끔 먹이도 주시면 더 감솨.....
  • 미카엘라 2013.04.06 14:28
    분명 그랭이 잘 있을거에요.
    새끼들 돌보느라 바빠서 밥엄마 만나는게 당분간 힘들뿐이죠.
    그랭이 나타나면 북어국 뽀얗게 우러나게 끓여서 닭가슴살 쪽쪽 찢어서 주세요.
    산모가 따뜻한 국물도 엄청 좋아하고 잘먹어요.
    아휴~
    옆에서 애들 기르는거 보니 정말 눈물이 절로 나오던데..
    젖먹이고 아가들 챙기느라 살이 마르던데..
  • 북극곰 2013.04.06 18:31
    제가 밥주는 야옹여사는 하루세끼 저희집앞에서 밥을 먹었어요..어느덧 갑자기 체형이달라지더니;
    ...임신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로얄임신묘용으로 먹였는데;; 어찌나 많이 먹는지;;;-ㄱ-;;;;
    출산하기 한 일주일전부터 밥은 먹긴하는데 거의 못봤어요;;
    그러다 출산하고 저희집문앞으로와서 눈키스를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사료와 캔비벼서 먹이구.....보냈는데 그러고 정말 ;한참을 못봤어요..사료는 역시나
    줄긴하고 먹는시간도 불규칙해졌구요..
    그러다 어느정도 지나니 새끼들 다델구와서 밥먹고..-ㄱ-;
    이젠 아주 고정밥자리가 되서.......좀만늦으면 첫째가 잔소리해요..ㅜㅜ
    근데 진짜; 굉장히 많이먹구..뼈밖에 없을정도 말라요...먹기는 진짜 많이먹이는데두요...ㅠㅠ
  • 갯머루 2013.04.06 19:07
    우리집 그렝이도 주로 현관앞 자기집에 머물러 있던 아인데, 만삭이 되고 나서 오히려 나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더라고요. 출산자리 알아보러 돌아다닌 건지. ㅜㅜ 다른 장소 찾아서 아기 낳았더라도 밥 먹을 데 없으면 밥 먹으러 오겠죠?
    저는 현관앞에 사료 놓아두면 사실 누가 먹는지 잘 알긴 어렵습니다. 그렝이 말고도 현관앞 고양이집에 그렝이와 같이 살던 녀석도 남아있고, 종종 들러서 밥 먹고 가는 애들도 서너마리 되니까요. 하지만 그렝이 보진 못하더라도 언제 와서 재빨리 밥먹고 새끼들에게 돌아갈지 모르니까 밥 떨어지지 않게 계속 그득그득 담아두는 게 좋겠죠?
  • 북극곰 2013.04.07 10:52
    저도그때항상밥을가득놓았어요
    다른아이가먹었을수도있고해서항상가득놓고
    그러다어쩌다가밥먹으러온걸보면정말많이먹구가요
    글구캔이랑이런것도정말볼때마다줬어요
    캔3개랑사료랑섞어주면그거다먹고가요
    집앞이었기에 전좀자주나가봤어요
    글구목에제핸드폰번호를적은 고무로된목줄에방울달아줬었어요
    현재방울은떼버렸어요
    딸랑딸랑소리가 저나 저희엄마는야옹이다알수있어서좋았는데 그게자칫위험할지도몰라서요 ㅎㅎ
    목줄은그대로예요
    그리고새끼가어느정도크니 저희집쪽창고로와서 육아하더라구요
    수유하는것도보구 사료먹게끔유도하는것도보구
    정말대단하더라구요
    그작디작은몸으로
    지금새끼가엄마인야옹여사보다더큰데두 어찌나 챙기는지 모성애가 굉장한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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