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하기에만 급급한 행정처리는 공존에서 멀어지는 지름길입니다.
3월 18일, 협회로부터 제보 하나가 접수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 자리 잡은 급식소에 누군가의 민원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서가 부착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원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동의 공간인 만큼 정확한 현장 파악과 공존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의 경우, 다양한 해결방안들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길고양이는 몇 마리인지, TNR 진행의 정도와 급식소가 미치는 피해와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공원 곳곳에 있는 급식소를 찾아 일방적으로 철거 계고장만을 부착하였습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할 것을 통보한 고양시는 오랜 기간 동안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두고 있었던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고양이를 활용해 지역을 홍보했고, 현재까지도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중성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이 어우러져 함께 하는 공간인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통보하는 행위는 고양시가 이제까지 걸어온 고양시의 행보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행정처리입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도심 속 생태계의 일원입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에서는 길고양이를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하여 포획장소에 방사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가 조치가 된 고양이들‘로 별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민원을 무마하고 싶어서, 담당자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진행되는 행정처리는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결만을 우선시하는 행정처리로 인해 길고양이들은 밥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당장은 호수 공원에서 길고양이를 사라지게 하여 실효를 거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빈 공간에는 다른 영역의 길고양이들이 다시 자리를 잡게 되고 기존에 있던 길고양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진공효과로 인해 오히려 개체수가 점점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일산 공원관리과는 민원의 신속 해결만을 위한 형식적이고 융통성 없는 행정처리를 멈추어 주시기 바랍니다. 길고양이 돌봄자들의 급식소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소통하여 절충안을 마련하십시오.
협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바, 일산 공원관리과로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한 캣돌봄자분들 중 도움이 필요하다면 협회로(kopc@catcare.or.kr)로 제보해 주세요.
협회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