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말 어디선가 나타난 한달정도 된 아깽이가 있었습니다.
구역에 들어온걸 경계하는 모자에게 꿋꿋이 부비부비를하며
결국 양딸로 들어갈정도로 순하고 애교많은 꼬맹이였습니다.
매일매일 떼어줘도 늘 눈꼽이 한움큼씩 금새 달리는 꼬맹이라
생전 처음으로 스티로폼 집도 만들어주었고
어찌나 그안에서 잘 지내주는지 고마운 녀석이었습니다.
똥똥한 배가 걱정돼 구충제를 먹이는날도
잘못먹여 가루가 되버린것도 쪽쪽 빨아주었고
부르면 쏜살같이 뛰어와주는 개냥이었고
어딜가나 옆에 늠름하게 동해해주던 꼬맹이었습니다.
그래도 저 아닌 다른사람을 보면 날쌔개 숨어버리는
저만 알아보는 녀석이었습니다.
담타고 다니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모습이 맘아파
낚시대 훈련으로 몸으로 떨어지는것부터 시작해
어느새 멋지게 착지, 지붕에도 올라갔던 녀석이었습니다.
조금씩 호기심에 옆골목에도 놀러가고 하는 꼬맹이가 걱정돼
저번주는 중성화를 해줄까하던 날이었습니다.
겨울에 하는건 잘 아물지 않는다는 글들이 많아
날씨가 너무 매서워 한달만 더 기다려보자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아침출근길에 이녀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옆골목 마실이라도 간줄알고 열심히 찾았습니다.
설마... 하긴 했습니다. 갑자기 골목에 뿌려진 흙이며... 빨간피...
새로 벽면에 페인트를 칠한곳이라 페인트가 떨어져서 덮은거라며
애써 외면했던건지도 모릅니다.
저를 알아봐주시는 식당아주머니께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일요일아침 나와보니 길가에 피를 토한채 죽어있었다고.
아무런 외상은 없었다고...
처음으로 저에게 살갑게 와준 길냥이었고 쳐진눈이 그 어떤아이와도 다른
순뎅이라는 이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아이였습니다.
그동안 만난 많은 길냥이들, 어느순간 사라진 길냥이도 많았습니다.
로드킬 아이도 보았고 애써도 살릴수 없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럴때마다 어쩔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알기에...
이렇게 맘이 아플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을 만날때 잘 먹이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 생각했습니다.
후회없이 잘 먹여도 이 아이의 죽음은 오늘 저를 오열하게 만듭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다시 볼 수 없음이..... 너무나 힘듭니다.
이렇게나 맘이 아플줄 몰랐습니다.
별이된 우리 순뎅이가 더 좋은곳에 태어나려고 빨리 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참... 보고싶습니다.
고맙다 순뎅아.
고맙다 순뎅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