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옆 단지 아파트 화단 밑에서 두 달가량 된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보았습니다.
햇볕을 쬐며 자는 아이, 어미 고양이랑 같이 있는 아이,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길냥이 새끼들이 이렇게 네 마리나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흔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키에 비해 아가 냥이 들이 마르긴 했지만요
화단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 눈을 피하기에는 좋은 장소 이었습니다.
누군가 가끔은 먹이를 주었는지 플라스틱 일회용 그릇이 있었습니다.
어미를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또 어미는 임신을 하고 또 새끼 고양이들이 태어나고 그들은 추위, 배고픔, 질병, 로드킬 등으로 대부분이 죽겠지요!
그리고 새끼 고양이들도 입양을 시킬 계획도 하였습니다.(제가 형편이 다는 대로 하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아직 어미 품이 필요한 새끼들이여서 포획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당장에 사료를 불려와서 원래 있던 플라스틱 그릇에 놓았더니 용감한 어미 닮은 어린 삼색이가 나와서 먹더군요(아래 사진에 있지요)
이런 제 생각을 글로 적어 사료 그릇 옆에 두고 사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사료 그릇을 보았는지 사료와 물을 다 버리더라고요
어느 날 밤에 사료 주러 갔더니 화단앞 주차장에서 아가 냥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엄마 품에서 떨어져서 길을 잃어 우는 것 같았습니다.
주의를 보니 차 밑에 다른 아가 냥이 들 도 있었고 어미 냥이 도 있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가끔은 외출 나와서 엄마 품을 잃어버리는 아가 냥이들도 있습니다.
이 고양이 가족들은 지하로 연결된 좁은 통로로 들어가서 자고 낮에는 화단에서 지내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파트 단지 동마다 길냥이들은 대부분 다 습하고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생활하고 밤에 나와서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주 일입니다.
사료를 주러 갔습니다. 화단 밑에 쪼그려 앉아서 사료 그릇을 보니까 남아있는 사료가 흩어져 있어야 되는데 모여져 있더라고요 순간 누가 손을 뎄네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항상 사료를 줄때는 사료 그릇 옆에나 통로 근처에 어미 냥이와 아가 냥이들이 있다가 저를 보면 어미 냥이를 제외하곤 후다닥 지하로 도망갔다가 다시 나와서 사료를 먹곤 했는데 그날은 너무도 조용했습니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제 바로 옆에 아가 냥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습니다.
처음엔 자는 줄 알았는데 아니 잤다면 제 발자국 소리에 도망갔을 텐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죽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옆을 둘러보니 다른 아가 냥이가 또 죽어 있었습니다.
아~ 너무도 충격적 이었습니다. 입 주위가 지저분하고 토한 흔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사료나 물에 약을 ~~~~~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날 까지 활기차게 살던 아이들 이었어요 갑자기 두 마리나 죽고 나머지 세 마리가 실종될 이유가 없잖아요
다음날 캣맘들과 지하로 사람이 내려 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고 세 마리를 찾으러 갔습니다.
지하로 들어가는 순간 악취가 너무 심했습니다. 각종 오물과 폐수로 가득했습니다.
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런 곳에서 새끼를 낳고, 젖먹이고, 품에 두고 자고,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었습니다. 새끼들이 굴러 떨어졌으면 폐수에 빠져서 죽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화단과 연결된 지하로 가는 통로 근처에 폭이 30cm 정도 되는 흙 두덩이가 길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지하 흙 두덩이 위에다 새끼를 낳고 기른 것 같습니다.
세 마리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들도 어디에선가 죽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하루아침 사이에 영역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얼마 전 서울에 가을비가 며칠 내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하던 날 화단에 가보니
어미 품에 네 마리가 모여서 자고 있던 모습이 자구 떠오릅니다.
그 어린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무참히 죽입니까?
이 아파트는 재건축 이주가 시작돼서 내년 봄이면 사람이 다 떠나 이제 음식물 쓰레기도 없어지고, 사료 주는 몇 분의 캣맘들도 이사를 가서 길냥이들이 살아남기가 힘들 텐데···
그리고 아파트를 부수기 시작하면 지하에 있던 길냥이들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차피 그럴 운명에 처한 아이들인데
너무나 후회가 됩니다.
차라리 사료를 주지 않았으면
배고프게 살더라도 어미 품에서 죽지 않고 아가냥이 들이 지금 까지 살았을 텐데
p.s. 죽은 아가냥이의 사진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