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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길냥이사진관

길냥이였어요
2016.01.16 21:17

짧은 생을 마감한 강아지 같았던 금산이

조회 수 1843 추천 수 0 댓글 5

금산이와 첫 만남과 일주일 생활


지인들과 여행을 떠났다.


충남 금산 약령 시장을 들려 점심식사를 주문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새끼 고양이가 눈에 들어 왔다. 늘 습관대로 주머니에 있던 간식용 닭고기를 급한 대로 포장비닐 위에다 주었다.


정신없이 다 먹고 나서 계속 비닐을 핥았다. 캣맘이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마음 “ 그래 한 끼라도 배불리 먹어라”


그런데 더 이상 줄 것이 없어 차안에 있던 육포를 몇 조각 주었더니 워낙 질겨서 그런가 힘들게 먹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동료가 주문한 갈비탕에서 갈비살 한쪽을 잘기잘기 뜯어 밖으로 나오니 새끼 고양이는 버려진 의자에서 엎드려 있었다. 길냥이의 본성대로 다가가니 도망을 다닌다. 하지만 힘이 없어서 그런가 풀숲에 웅크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순간 새끼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았다. 아 처음엔 아주 어리 냥이 인 줄 알았는데 키를 보니 석달은 더 된 거 같았다.


등뼈가 다 들어날 정도, 만져보니 척추 한마디 마디 구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말랐다.


그루밍은 제대로 하지 못해서 털은 지저분하고 몸에서 심한 냄새가 나고, 얼굴, 발등 털은 듬성 듬성 빠져 있고, 지금까지 임보하던 아기 고양이중 상태가 가장 나빴다.


여행 첫날이고 아직 갈 길은 먼데 이 아가 냥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짧은 시간에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인근 동물 병원을 검색에 수의사 선생님과 통화를 하였다. “원장님 제가 서울 올라갈 때 데리고 갈 테니 며칠만 보호해주실 수 있나요?” 수의사님은 일단 애 상태를 들어보니 치료가 필요할거 같으니 와서 상의 해보자고 하셨다. 발톱을 손수 깎아 주시고, 항문을 검사하고 주사를 맞히려고 금산이를 만지는 순간 탄식을 하시면서 “너무 말랐네요!”


영양실조, 위염, 약도 주사기를 이용해 로 먹여 주시며 너무 고마우신 분이었다.


길고양이라 치료비도~~그럼 약값 만원만 주고 가세요~~


집, 사료, 캔, 배변모래 등등을 준비해서 숙소에 도착해서 목욕을 시켰다. 아직 사람과 지내는 것이 두려운가 밥만 먹으면 집으로 쏙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다음날 숙소 근처의 동물 병원에 전화를 하니 원장님이 수술 중이다. 양성반응이 나오면 격리 시켜 검사하여야 되는데 등등 핑계를 되면서 안 된다고 하였다. 길냥이라 꺼려하는 태도에 마음 상했다. 금산의 수의사님과는 너무 대조적 이었다. 다음날 서울에 올라와서 검사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금산이를 품에 않아 보았다. 그르렁 그르렁, 부비 부비, 꾹꾹이,핧기...


드디어 나에게 맘을 주었다. 내려놓으면 다시 슬금슬금 내 품으로 올라온다.


정이 그리웠던가 혼자서는 안 놀고 내 품에서만 놀았던 금산이 - 지금 생각하면 파보 감염후 무기력증 증세가 시작된 것은 아니가 싶다.-


사료를 주면 냠냠냠 거리며 맛있게 꼭꼭 씹어 먹고, 캔을 주면 더 달라고 야옹거리며 응아도 잘하고 상태도 많이 좋아 졌다. 나의 12번째 아가 냥이 금산이는 완전 애교 덩어리였다.



병원 치료


병원 가기 전 갑자기 식욕이 떨어졌지만 그동안 금산이가 잘 먹고 잘 싸서 많은 걱정은 안했다. 그런데 구토도 하였다. 초조하게 키트를 보는 순간 불안했다. “양성이네요.” 말로만 듣던 고양이 파보 바이러스 감염, 범백혈구 감소증


그래도 어릴 때 혼자 힘든 세상을 살아온 금산이라 충분히 이겨내리라 생각했다.


배 곪지 말라고 데려온 금산이는 결국 하루를 굶었다.


그리고 치료를 받던 금산이는 별이 되어 석 달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내 품속에서 서서히 생을 마감하는 금산이


“금산아 이겨낼 수 있지”라고 말하니 입을 움직이는데 나에게는 “네” 하는 금산이의 대답처럼 들렸다. 몇 번 대답하더니 그 뒤로 숨만 가늘게 쉬고, 동공은 다 풀리고 점점 몸이 식어갔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 멈추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안됐다.


금산이를 품에 않고 하나님께 다시 기도 했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남았는데 이제 배 굶지 않고 사랑받으며 살아갈 녀석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금산이의 배가 다시 불룩불룩 움직였다. 믿기지 않은 정도로 숨을 쉬고 있었다.


아 그래 금산이는 살 수 있어 지금 잠들고 있는 거야


그러더니 다시 움직임이 없어졌다. 하지만 난 금산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내 눈에는 금산이가 숨 쉬는 것 같았다. 금산이가 죽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금산이가 너무 보고 싶다.


  


이제 그만


2014년 12월 겨울 돌보던 길냥이가 출산을 해 여섯 마리 아가 냥이를 돌보다 입양 보내면서 빠져는 캣 대디 생활


1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여러 힘든일 이 있었다.


돌보던 냥이가 로드킬 당해 내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일


구내염이 심해 병원에 데려갔던 냥이의 입안에 이미 커다란 종양이 두 개 있어 결국 생을 마감한 냥이


돌보던 어미와 네 마리의 아가 냥이들의 독극물로 추정되는 죽음


이번 금산이의 죽음은 내게 너무나 큰 상처와 고통으로 다가왔다.


결국 돌보지도, 살리지도 못하면서 왜 아가 냥이들을 데려왔을까?


단지 불쌍하다는 이유, 생명이란 이유로 내가 함부로 데려온 아가 냥이들


캣맘 생활을 하면서 주의 사람 눈치, 치료비 걱정, 입양 보낼 때마다 또다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등등


 책임 지지도 못하면서 남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그런 행동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젠 그만 두고 싶다. 


 


다시 시작할까?


이놈의 나쁜 바이러스는 조건만 맞으면 1년도 살 수 있단다.


예방 접종을 맞춘 고양이도 있지만 혹시나 전염 때문에 돌보는 일을 며칠째 그만 두고 있다.


직장 풀밭에서 캣맘들과 같이 돌보던 냥이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다니고 있다.


나를 보고 꼬리를 세우며 달려오는 하양이


“ 하양이 잘 지냈어? 맘마 줄까?”  “야옹~”


하양이를 보니 다시 마음이 꿈틀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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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보니 2016.01.16 21:17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캣대디님.존경스럽습니다.길아이들을 돌보는 우리 캣맘들 언제쯤이나 이런 가슴아픈 사건들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언제쯤이나 인간과 동물들이 함게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올까요? 항상 기도합니다.하루빨리 그런 세상이 오길~~캣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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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현(순천) 2016.01.16 21:17

    길고양이 돌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죽음도 많이 경험 하게 됩니다.


    그렇게 가슴에 죽은 냥이들 이름을 돌처럼 얹고 살아 갑니다.


    다 내려 놓고 싶지만...살아서  다시 밥자리로 찿아오는  냥이들을 보면서 다시 추스립니다.


    아련 하지만..애틋하고  슬프지만  마지막엔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떠난 금산이는 행복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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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bono 2016.01.16 21:17

    정말 맘이 아프네요 ㅠㅠ


    하지만 슬픈 죽음을 맞는 길냥이들 많잖아요.


    금산이는 고양이별에서 태돌님을 기다리며 고마워하고잇을거에요

  • ?
    별사탕두개 2016.01.16 21:17

    이런 좋은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돌보던 길냥이녀석이 추위가 닥치기 직전에 파보로 죽었어요. 꼬박 일주일을 고생고생하다가 결국엔 별로 떠났는데요,그 일주일동안이 제겐 지옥이었어요.비가 부슬거리는 저녁에 항상 아침 저녁으로 저를 기다리던 언덕의 양지바른곳에 남편과 함께 땅을 파고 묻어주면서 얼마나 울었던지요....


    가끔씩 만나려 가는데 그래도 추위가 오기전에 별로 떠나서 다행이다, 내 보살핌을 잠시나마 받아서 너도 나도 얼마나 다행이었느냐, 그렇게 위로하곤하지요.

  • ?
    제이제이짱 2016.01.16 21:17

    금산이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한 사랑을 태돌님으로부터 받고 갔으리라 생각합니다.늘 길냥이들과의 인연은 짧든 길든 인간에게 깊은 아픔이고 행복이고 사랑이네요.오늘은 이렇게 코끝 찡한 서러움을 가져가지만 내일은 길가 모통이 내가 놓은 사료에 배코픔을 이길 아이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봅니다.여러분 힘내세요.이 추운 날씨 애기들아 부디 숨을 곳을 찾아 이겨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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