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레이 빼고 세 녀석이 와서 사료도 먹고 캔도 먹고 볕도 쬐다가 갔어요.
얘네 둘은 커플인데...
평소엔 사이가 좋은데 먹을 때만큼은
미미(턱시도 냥이)가 너무 양보를 안 해요.
특히 캔간식은 아주 혼자 먹으려고 으르렁대기까지.
아, 원래는 그릇에 담아 준답니다.
저건 이미 밥 먹을만큼 다 먹고 나서
갖고 놀면서 먹으라고 미각캔 하나 던져 줬더니
미미가 아주 혼신의 힘을 다 해 먹고 있어요 ㅎㅎ
학교에서 배웠니? ㅎㅎ
어쩐지 줄맞춰 앉은 세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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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레이가 안 왔거든요.
혹시 내가 없을 때 왔다 갔나, 아님 아랫층에서 중간문을 닫아 놔서 왔다가 못 들어왔나...
아니면... 아니면... 음...
하루 안 보인다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ㅠ
그리고 오늘 오후, 당연하게도 찾아와 준 레이.
아이고 반가워라!! +_+
레이와 제 시선이 좀 가깝게 느껴지지 않나요.
사실 레이가 제 무릎에 앉아 있어요 *_*
그저께였나 레이가 처음 안겼다고
길냥이쉼터 게시판에 기쁨의 글을 올렸었는데 ㅎㅎ
그 땐 워낙 가슴 벅차기도 했고 경황이 없어서
사진 같은 건 생각도 안 났었는데
오늘은 주머니에 핸드폰을 갖고 있어서 몇장 찍어봤어요. 크큭.
우리 레이, 뒤통수도 어쩜 요래요래 사랑스럽지요. 크큭.
못 만났던 어제는 종일 굶었는지 어쨌는지
이틀 사이에 배가 홀-쭉해져서 나타난 레이...
캔간식을 두 개나 드시고 ㅎㅎ
사료도 먹고 게맛살도 하나 잡수시고는
무릎 위에서 한참을 안겨 있다 갔어요.
레이와 제가 있던 이 공간은 실내긴 하지만
난방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 쌀쌀했어요.
저도 급히 방에 들어가 두꺼운 후드티랑 츄리닝을 입고 나와서
레이랑 거의 한 시간을 체온을 나누며 앉아 있었어요.
제 품에 안겨 골골대는 레이에게 어쩐지 사랑고백도 했답니다 *_*
레이는 엄마품이 그리운 걸까요.
어찌나 팔 사이로, 가슴으로, 파고 들던지요.
처음으로 레이 앞발 젤리도 맘껏 만져 봤어요. 히히.
그리고 레이는 심지어 제 무릎 위에서 그루밍까지 하더라구요 ㅎㅎ
나중엔 레이가 손을 핥아줬는데
평소에 토끼에게 핥음을 받아 봤지만
냥이는 처음이라 혓바닥이 까끌해서 첨에 깜짝, 놀랐답니다^^;
그래도 기분 좋-았어요! ㅎㅎ
레이 녀석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핸드폰 고리를 자꾸 갖고 장난을 쳐 대서
제대로 나온 건 몇장이 없네요.
그래도 무척 무척 따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계속 있어주면 좋으련만 적당히 있다가... 레이는 또 떠나더라구요.
서운하고 아쉽지만, 그게 또 길고양이 레이의 삶이겠죠.
그래도 든든히 먹고 갔으니 오늘밤은 좀 덜 춥기를 바래봅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레이와 처음 만난지 한달이 되네요.
한달 만에 진도 쭉쭉 뽑은 우리 ㅎㅎㅎ
내일 또 봐, 레이 :)
아~~~ 부러워요 부러워요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