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복하기: 아라]
아라야, 오래오래 곁에 있어줘
무척 더웠던 2014년의 한여름, 아라와 대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아라는 당시 쥐덫에 앞발을 크게 다쳐, 앞발이 뭉개진 채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빠르게 앞발 상처의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아라는 겨우 구조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옮겨진 병원에서 다리 전체를 없애기 보다는 다리 뼈 부분을 일부 남긴 채 수술을 해야 무게감이 있어 움직이는데 편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앞다리를 일부 남긴 후 절단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후, 아라는 서울의 쉼터로 옮겨졌습니다.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 사람과 지내야하는 새로운 생활, 그리고 세 다리. 너무나 달라진 상황에 아라는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쉼터를 낯설어하며 서랍장 안으로 들어가 숨어 지냈습니다. 쉼터 생활에 조금 익숙해진 후에도 선반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활동가를 무서워하며 피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먼저 살갑게 다가와 인사하고, 그루밍해주는 쉼터 친구들 덕분에 아라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아직 완전히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 사람이 지나치게 가까이 오면 절단한 팔 부분을 휘휘 저으며 때리려고 하기도 하지만, 간식을 먹을 때에는 모른 척 손길을 받아주기도 한답니다. 아라는 이제 베란다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기도 하고, 좋아하는 고양이 친구들과 함께 누워 잠에 들기도 합니다.
아라는 절단한 앞다리에도 익숙해져서 곧잘 걸어 다니고, 높은 장소라도 멋지게 점프해 올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만성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게 되었고, 몇 년 간 습관적으로 절단한 앞다리를 지팡이처럼 짚고 다닌 탓에 피부가 안팎으로 곪아 재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절단한 앞다리에 남아있던 상완골을 제거하면서 아라는 많은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가끔 바닥에 수술 부위가 닿으면 덧나고 염증이 생겨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던 어느 날, 아라는 예상치 못한 췌장염 양성 판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음입양을 통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게 불편한 다리와 만성 호흡기 질환을 치료해온 아라. 다리 재수술 전 덧나지 말라고 짧은 다리에 신겨주었던 양말이 불편한지 가끔 벗어던지는 말괄량이 같은 모습도 보여주곤 했지만, 호흡기 질환 치료를 위해 숨숨집을 앞에 가져다주면 스스로 쏙 들어가 주는 착한 친구입니다.
아라는 췌장염 양성 판단을 받으며 또 한 번 넘어야할 산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늘 힘든 상황을 극복해준 아라답게 이번에도 잘 극복하고 건강해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라가 당분간만이라도 통증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냥복하기 모금, 마음입양을 통해 아라의 내일을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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